미키17 (한국 영화)
장르 : SF, 로맨스, 철학, 정치,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길래, 오랫만에 CGV에서 봤다. 씨네앤포레 석 18,000원. 비싸길래 뭔가 했는데 빈백으로 좌석을 만들어 두고 반쯤 누워서 보는 좌석이더라. 근데 영화관에 나 혼자였다.
원작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
전반적으로 볼만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난 별로 재밌지 않았다.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나뉘는 사회 계급의 풍자가 섞인 블랙코미디 느낌의 SF 영화인데, 코미디 치고는 재미없고 사회비판 치고는 덜 와닿았다.
전 작품의 향기가 꽤 진하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다. 봉준호 감독의 전 작품들의 느낌을 주는 요소들이 이곳저곳 있었는데, 맛 없는 식사는 「설국열차」 의 프로틴 블록이, 또 옥시조폴은 크로놀이 떠오르고 질척질척하고 지저분한 분위기 속에서의 성 생활은 「기생충」 과도 느낌이 비슷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빡대가리인 것도 한 몫 한다. 개인적으로 선한 것과 머저리인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이 주인공은 선한 게 아니라 머저리인데다, 멍청하고, 집중력도 떨어지며, 목표의식도 없다.
역겨운 부분은 몇개월 전 봤던 「서브스턴스」 같다. 15세 이용가라서 묘사가 생략된 것 뿐이지 감독의 본래 성격대로였다면 더 더럽고 지저분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 이곳저곳 짤린 느낌이 크다. 전기톱에 썰리는 장면, 크리퍼들이 죽는 모습, 배양육 식사를 걸인처럼 급하게 먹다가 토하는 장면은 팍팍 잘라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멀티플의 죄는 누가 지은 것인가?, 나와 또 다른 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데다 멍청한 정치가의 모습, 그 아래에서 환호하는 멍청한 지지자들 같은 철학적 화두를 끊임없이 영화 내에서 던지지만, 나는 받을 생각이 별로 없었다.
봉준호 감독이 얘기한 적이 있는 말로, "영화는 메시지를 담는 도구가 아니다" 라는 말이 되게 유명하다.
근데 이번 영화는, 영화에 담긴 아름다움에 취하기 전에 담긴 메시지를 들어야 할 게 좀 많았던 것 같다.
아래는 내가 본 영화 입장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