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한국 소설)
장르 : 스릴러, 좀비, 판타지
조예은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고, 제목이 재밌어 보여서 구매했다.
단편소설 여러개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초대」 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목 안의 가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아마 4구의 시체는 주인공에게 불편감을 느끼게 한 엄마, 아빠, 이모부와 남자친구 아닐까 싶긴 하다. 내용이 너무 두리뭉실하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불편함을 떨치고 싶은 주인공의 내면의 자아의 발현 같은 게 아닐까.
두번째는 「습지의 사랑」 이다. 물에서 죽은 물과 숲에서 죽은 숲이 만드는 이야기. 그냥 흔한 귀신의 사랑 이야기라 별다를 건 없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해피엔딩이지만 반대쪽에서 보면 이런 악독한 놈들도 없긴 하다. 그냥 멀쩡한 공사 관리자 한명 익사시킨것도 죄라니까?
세번째는 「칵테일, 러브, 좀비」 이다. 이 책의 제목인 만큼 뭔가 있을까 기대했는데 좀비 사태에 지독히 현실적인 한국식 신파를 섞어 놓았다. 이곳저곳 부족한 디테일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뭐. 그나마 타이틀 값을 할 만한 내용은 이거 하나뿐이긴 했다.
마지막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막기 위한 과거,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한 과거가 계속해서 오버랩되는 묘사는 인상적이었다. 중반부에 스토커의 정체가 파악되고 나서는 결말도 어림짐작되고. 오이디푸스의 예언에서 파생된 이야기 같은데 정체를 알고 나면 뻔한 이야기지만 그럭저럭 읽을만했다.
다만 작가가 남자한테 당한 게 많은지 작품에서 지독한 남성 혐오적 묘사가 많이 묻어나온다. 「초대」 에서도, 「칵테일, 러브, 좀비」 에서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에서조차도 남자는 포악하고 이기적인 주정뱅이, 어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온갖 머저리같은 행동을 하는 등신으로 묘사된다.
한 권의 단편소설집에서조차 남자를 이 뻔한 패턴 하나로밖에 묘사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아쉬움과, 뿌리깊게 박힌 여성은 항상 피해자라는 이념같은게 글에서 느껴졌다.
글을 다 읽고 후기를 읽어보니 프로듀서의 말에서 동일한 이념이 묻어나오던데 작가 본인의 의지인지 PD의 의지인지는 다른 작품을 봤을 때 느껴질 것 같다. 다른 작품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
§ 메리 포핀스 (0) | 2025.05.06 |
---|---|
§ 사라진 특별 열차 (0) | 2025.05.04 |
§ 변신 (0) | 2025.04.06 |
§ 흉기 (0) | 2025.03.18 |
§ 킬리만자로의 눈 (0) | 2025.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