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국, 폴란드, 미국 영화)
장르 : 역사, 전쟁, 드라마,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영국, 폴란드, 미국이 합작하여 만든 2023년도 영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의 나치 친위대 사령관 가족들의 삶을 그린다. 영화 내내 화려하고, 깔끔하고 멋진 삶이 펼쳐지는데, 그 사이에 놀라우리만치 고요하게 어두운 역사가 숨어있다.
평화로운 집 안에서 논의되는 대량 학살용 건물 설계, 화단에 뿌리는 잿더미,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팔이 없는 군인, 나치 모양의 전등..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배치되어 신경쓰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운 전쟁과, 학살과, 죽음의 향기가 작품 내내 나는데 그게 매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음향을 잘 쓰는 감독이라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독특한 장면이 몇 가지 있다.
작중 화면이 단색으로 물들고 음향만 나오는 장면이 네 번 있는데, 특히 시작하자마자 매우 장시간 화면이 검은 색에서 변하지 않고 소리만 나온다. 초반엔 좀 놀랐지만 이게 어떠한 의도로 연출되었다는 점은 중반에 들어 한번 더 나올때 깨달았다.
단색의 화면에서 음향만 나오는 장면은 평범한 분위기에서 기괴함과 공포를 조성하며,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과일을 옮기는 소녀나 영화 엔딩 크레딧 직전의 검은 화면과 기괴한 소리는 영화 내내 진행된 평온한 일상이 진정 평온한 일상이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 시대는 갑자기 현대로 전환되어 아우슈비츠 희생자들을 기리는 박물관을 잠시 보여주며, 주인공의 구토와 어두운 계단을 걷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역사가 전혀 특별하고 악랄한 사람들이 행했던 것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하는 듯 싶다. 괜히 미사여구를 달 건 없고.. 자신의 생각대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